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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의 월요일 · 창간호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 라이프체인저스
주머니 속 편지 한 통
첫 호에는 종이에 적힌 문장 셋을 골랐다.
로마 황제가 자기한테 쓴 공책과 무명 시인이 받은 편지 한 통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메모 한 장을 받고 글을 다시 고쳐 낸 중학생들 이야기다.
파도가 쉬지 않고 부딪쳐도 꿈쩍 않는 곶처럼 서 있어라.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는 운이 없다"가 아니라, "이런 일이 생겼는데도 무너지지 않았으니 나는 운이 좋다"고 말하라. 이건 불운이 아니다. 이것을 꿋꿋이 견디는 것이 행운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4권 49절 (로빈 워터필드 영어판 요지) |
『명상록』은 1,800여 년 전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기한테 쓴 공책이다.
전쟁과 전염병이 이어지던 때,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려고 썼다.
같은 다짐이 책 곳곳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제국을 다스리던 사람도 이런 말을 공책에 다시 적어야 했다.
그래서 이 대목은 따라 해 볼 수 있는 연습으로 읽힌다.
일어난 일은 그대로 두고, 그 일을 적는 문장의 끝만 바꾸는 연습이다.
일기에 "오늘 일이 꼬였다"라고 적었다면, 그 아래에 "그런데도 저녁은 챙겨 먹었다" 같은 한 줄을 붙여 보는 식이다.
붙이는 한 줄이 작아도 상관없다.
마르쿠스가 운이 좋다고 부른 것도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넘긴 일이었다.
책: 국내 번역본이 여러 종 있다(천병희 옮김, 숲 등). 서점에서 찾아보기
1855년, 월트 휘트먼은 시집 『풀잎』을 자기 돈으로 펴냈다.
출판사가 내 준 책이 아니었고, 반응도 차가웠다.
그 무렵 미국에서 가장 이름난 작가는 『자기 신뢰』를 쓴 랄프 왈도 에머슨이었다.
에머슨은 이 무명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 시집에 "비할 데 없는 것들이 비할 데 없이 잘 쓰여 있다"고 썼다.
편지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위대한 경력의 시작에 선 그대에게 인사를 보낸다."
휘트먼은 그 편지를 한참 동안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꺼내 보여 줬다.
이듬해 낸 2판에는 편지를 통째로 실었고, 책등에는 그 한 문장을 금박으로 찍었다.
『풀잎』은 지금 미국 시의 고전으로 읽힌다.
에머슨의 편지에는 시집을 두고 한 말과 휘트먼의 앞날을 두고 한 말이 함께 있었다.
휘트먼이 금박으로 찍은 건 앞날을 짚은 쪽, "위대한 경력의 시작"이었다.
누군가의 첫 작업을 보고 칭찬할 일이 있다면, 결과를 두고 한 줄을 쓴 뒤 그 사람이 앞으로 해낼 일을 두고 한 줄을 더 붙여 볼 만하다.
원문: The Marginalian, 에머슨이 휘트먼에게 보낸 편지
2014년,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예거의 연구팀이 중학교 교실에서 실험을 했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 1학년쯤인 학생들이 자기가 존경하는 영웅을 주제로 글을 썼다.
선생님은 손글씨로 고칠 점을 자세히 적어 돌려줬다.
학생마다 다른 건 글 위에 붙은 메모 한 장뿐이었다.
절반의 학생은 이런 메모를 받았다. "네 글에 피드백을 주려고 이 의견을 적었어."
나머지 절반이 받은 메모는 이랬다.
"이 의견을 적는 건, 너에게 기대가 아주 크고 네가 거기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어느 학생이 어느 메모를 받을지는 연구팀이 무작위로 정했고, 선생님도 몰랐다.
일주일쯤 뒤 글을 고쳐 다시 낸 학생은 두 번째 메모를 받은 쪽에 더 많았다.
차이는 흑인 학생들 사이에서 컸다.
첫 번째 메모를 받은 흑인 학생은 27%, 두 번째 메모를 받은 흑인 학생은 64%가 글을 고쳐 냈다.
두 쪽이 받은 지적은 똑같았다.
학생들이 다시 펜을 들지 말지는 그 위에 붙은 한 줄에서 갈렸다.
누군가에게 고칠 점을 말해야 한다면, 지적 앞에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보니까 말한다"는 뜻을 한 줄 먼저 적어 볼 만하다.
연구팀이 쓴 메모도 딱 한 문장이었다.
원문: Yeager 외(2014),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하룻밤 사이의 성공에는 늘 1~2년이 걸린다. 제임스 클리어(『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저자) 뉴스레터 3-2-1 (영어 요지) |
새로 시작한 일이 몇 달째 제자리 같다면, 이 문장의 단위로 다시 재 볼 만하다.
1~2년을 기준으로 놓으면 몇 달은 아직 앞부분이다.
이번 호에 나온 문장은 모두 종이에 적혀 있었다.
마르쿠스는 공책에, 에머슨은 편지에, 선생님은 메모지에 썼다.
휘트먼은 그 편지를 몇 번이고 꺼내 봤다.
휴대폰 메모 앱에 문장을 모아 두는 메모를 하나 만들어 두면 좋다.
남에게 들은 말이나 책에서 건진 문장 가운데 다시 읽고 싶은 것만 날짜와 함께 옮긴다.
일이 꼬인 날 그 메모를 열면, 새로 힘을 낼 말을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된다.
메모가 스무 줄쯤 쌓이면 처음부터 한 번 읽어 본다. 어떤 말에 자꾸 붙잡히는지가 보인다.
기록은 기억보다 솔직하다. 그날의 나를 그대로 남겨두니까.
누군가에게 받은 말 중에, 아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문장이 있나?
없다면 오늘 누군가의 주머니에 넣어 줄 한 줄을 적어 보기.
읽고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답장으로 보내 줘. 참고해서 다음 호에 실어 볼게.
매주 월요일, 책 한 대목 들고 오겠다.
제이슨
제이슨의 월요일은 제가 읽다가 밑줄 그은 책 대목과 남의 이야기를 골라, 제 생각을 조금 덧대어 보내는 편지예요.
인용은 짧게 옮기고, 출처는 모두 남깁니다. 원문이 늘 더 좋으니 마음에 드는 건 원문으로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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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사람: 라이프체인저스 제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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